옛날에 쓴 글을 발견했다. 지금은 없어진 웹진이지만, 생각이나 올린다. 7년전 쓴글이라 지금과 상황이 다름을 참조하여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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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문화적 하이브리드의 이야기

2000.1.7.

벌써 쌀쌀한 바람이 불어 털모자와 목도리를 챙기는 날씨가 왔다. 추수감사절이 지나면서 겨울이 오면 난 점점 더 추워진다. 물론 이 나이되도록 홀로서기에 지친것도 있지만, 이 할리데이 시즌만 오면 난 춥다. 군중속에서 고독함을 느낀다.

그 많은 친구들과 동료들 속에서 고독한 이유들이 나에게는 있다.

나는 미국에서 살지만 미국인이 아니다. 미국에서 태어나지도 않았다. 물론 그점에 대해 나는 감사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한국에서 자란 다른 친구들과 어울리기에는 또 다른 cultural gap이 존재하고 있어, 여기도 저기도 끼지 못하는 떠돌이 일 뿐이다. 사람과 사람사이에 있어 공감을 느끼기 위해서는 많은 요소들이 적용하지만, 그래도 같은환경에서 자란 사람들끼리는 이야기가 쉽게 통한다.
뉴욕에서 살아온지도 어느덧 10년,  그동안 많은 친구들과 동료들이 스쳐 지나갔다. 뉴욕은 세계 모든 곳에서 온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미래를 가꾸기위 몃년 씩 거쳐 지나가는 도시, 그래서 그런지 그 동안 머무는 사람들보다 떠나는 사람들이 많았다. 앞으로 한 2년 정도 지나면, 내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또 바뀌게 될것이다.

그런데 나는 왜 굳이 뉴욕에 머무르려고 하나. 그 첫째이유는 이 뉴욕이 내게 있어서는 가장 오랫동안 산 도시이기 때문이고, 둘째는 나와 같은 동서양의 두 문화적 배경에서 골고루 자라온 문화적 하이브리드(hybrid)에게 있어서 뉴욕은 비교적 마음이 편한 도시이기 때문이고, 셋째는 물론 나의 삶의 터가 바로 이곳이기때문이다.

난 동 서양의 양쪽문화를 둘 다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 하지만 이제는어느정도까지는 이해한다. 그래서 더 혼란스럽다. 서양인들이 좋아하는 남녀가 만나서 심각해지면 동거에 바로 들어가고 동거에서 결혼으로가는 스텝도 이해하고, 한국남녀들이 관계가 심각해지면 결혼하기위해 부모님의 허락부터 받는 풍습도, 선을 봐서 바로 결혼하거나 연애따로 결혼따로의 풍습도 이해한다. 물론 쉽게 동거하면서 나이가 40이 되도록 결혼할 생각을 안하는 사람들을 보면 처음에는 참 이상하게 보였다. 그리고는 그것이 본질적인 문화와 가치관의 차이라는 겄을 나중에 이해하게 되었다.

우리가 막연히 생각하는 (이것은 헐리우드의 영화가 보여주는 잘못된 편견에서 시작되는 것 같다.) 서양연인들의 좋으면 그만, 싫으면 그만인 왠지 차갑게 보이는 태도들도 사실은 알고보면, 그들도 우리들 처럼 헤어지고 나서 정때문에 연연한다는 사실…하지만 그래도 현실을 직시하고 차후 친구로서의 관계를 유지할수있는 마음의 여유가 있다. 친구들의 친구들과 우르르 모이는 기회가 있을 때 가끔, 누구의 ex 라고 꺼리김없이 소개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처음에는 난 의아해했다. 물론, 뉴욕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다른 어느 주에서 만나는 미국인들에 비해 비교적 마음이 트인 사람들이라는 점이 이들의 오픈마인드적 사고방식에 큰 역할을 했을거란 생각도 든다. 난 아직도, 다른주에서만 살아온 미국인들과 대화를 나누면 좀 답답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한가지 더 재미있는 사실은 서양인들의 부모님들이 자식네 방문때에 자식네집에 방이 남아도 자식들의 프라이버시를 지켜주기위해 호텔에 묵는다는것이다. 대학원 졸업식때 학교친구들이 근처 호텔찾느라 정신없어할때 난 그냥 막연히 방이 좁아서 그런가 생각했었는데, 꼭 그런건만은 아니었다. 물론 나는 한국 부모님들이 좁아도 잠시라도 자식과 함께 하기위해 불편해도 같이 자취방에 머무르는 것도 정감있다고도 생각한다. 물론 기간이 길어지면 서로가 불편해질수도 있지만.

뉴욕커들의 동거 문화는 다음번에 좀더 자세히 서술하기로 하고, 동서의 문화적 하이브리드인 본인은 올해로 정확히 내인생의 반을 미국에서 자랐다고 할수있어 새삼스럽다. 특히 지난 4년간, 경제적인 독립과 함께 모든것에 독립을 선언하면서 나의 세상보는 눈이 달라졌다. 성숙해졌다는 표현이 옳을것이다. 한 4년전만 해도 서양문화에 대해서 거부감부터 일고 별로 알고 싶지도 않았다. 단지 할리우드의 영화로 정확한 근거없는 편견만 가지고 있었다. 이젠 게이나 레즈비언 커플들도 자연스럽게 보이고 길가다 자주보이는 인종이 다른 커플들도 자연스럽게 보인다. 내주위에있는 직장동료들과 학교친구들도 그중 하나이라는 생각에, 그리고 우린 다 같은 결점투성이의 인간이기에.